양면의 정체성, 위험한 신뢰, 침묵의 정의를 담은 영화 '밀정'
정체성의 양날 — 조국과 체제 사이에서 갈라진 자아신뢰라는 함정 — 밀정이 된 순간부터 무너지는 관계침묵으로 말한 정의 — 목소리 없이 저항한 사람들이미지출처누가 정의인가를 묻기 전에, 누가 사람인가를 먼저 묻는 영화나는 을 처음 본 이후 한동안 이정출(송강호)의 얼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얼굴이 이렇게 복잡하고 애매모호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을까. 그는 조선인이지만 일본 경찰이다. 그는 조국의 독립을 막는 일을 하면서도,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그 모순된 정체성 위에서, 그는 끊임없이 무너지고 또 일어선다. 은 그런 이정출의 내면을 좇아가며, 한 시대의 윤리적 혼란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보통의 첩보 영화라면 명확한 선악 구도 속에서 주인공의 활약이 중심이 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변화를 만드는 만남,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
동막골은 진짜 존재하는가 — 비현실 속에서 반짝이는 현실충돌이 만든 변화 — 서로를 바꿔가는 사람들함께 살아가는 법 — 타인을 이해하는 공동체의 힘이미지출처동화 같은 공간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일 때처음 을 봤을 땐, 영화라는 게 이런 식으로도 사람을 움직일 수 있구나 싶었다. 전쟁이라는 무거운 배경과 정반대로, 영화는 환상적인 분위기와 유쾌한 인물들로 시작한다. 뭔가 초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인 마을에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연이어 벌어지는데, 이상하게도 그 속에서 묘한 현실감이 밀려온다. 도대체 왜일까?생각해보면 우리는 매일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전쟁은 아니지만, 각자 자기만의 전쟁을 치르고, 누군가와 싸우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끝없이 비교하고, 줄을 서고, 살아남기 위해 버틴다. 그런데..
기억의 무게, 끝의 의미, 생존을 증명한 사람들, 영화 ‘히말라야’
정상보다 무거운 것 — 기억이라는 이름의 짐시작보다 어려운 끝 — 되돌아오는 용기기록보다 강한 증명 — 생존자들이 말하는 진심이미지출처산을 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려오기 위해 다시 산을 오른 사람들라는 영화는 한 줄로 설명되기엔 너무 조심스러운 영화다. 한 사람의 죽음, 그리고 그를 향한 사람들의 기억, 그리고 또 한 번의 등정. 이 모든 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간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분명 극적이다. 하지만 놀라운 건, 영화가 그 ‘목표’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는 정상보다 ‘내려오는 길’을 더 정직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사람은 왜 산을 오르는가?”라는 질문 대신, “사람은 왜 죽은 이를 기억하려 애쓰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엄홍길 대장이 이끄는 히말라야 원정대는, 고인이 된 후배 박무..
청춘의 오답노트, 의리의 재발견, 웃음 뒤에 숨은 성장통 ‘신라의 달밤’
고교 동창의 반가움, 그 안의 불편함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 필요한 건 의리망가져도 괜찮은 사람들, 다시 시작하는 용기이미지출처엉망진창 같던 시절, 그래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살다 보면 '그땐 왜 그렇게 살았나 몰라' 싶은 시절이 한두 개쯤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대학을 막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으로 들어섰던 시절이 그랬습니다. 패기도 없고, 꿈도 없고, 그냥 시간만 때우듯 살았던 그때. 웃긴 건, 그 시절엔 분명히 힘들고 답답했는데도, 지금 돌아보면 묘하게 웃음이 나요. 왜냐면 그때는 다 같이 어설펐고, 그래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거든요. 영화 은 바로 그런 시절의 이야기예요.바보 같고, 철없고, 계획성이라곤 없던 청춘들이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던 이야기.2001년에 개봉한 이 ..
유명세의 허상, 진짜 나의 발견, 예상 못한 사랑을 품은 "과속스캔들"
스타라는 가면 뒤 — 남현수가 잃어버린 ‘진짜 나’뜻밖의 관계 속에서 발견한 삶의 온도가족이란 이름이 주는 두 번째 성장이미지출처 유명하다고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다우리는 종종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부러워합니다. 화려한 조명, 유명세, 박수갈채, 팬들의 사랑. 겉보기에 그들은 완벽하게 보이고, 누군가에겐 인생의 목표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정작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영화 은 그 물음에 아주 솔직하게 대답해주는 영화입니다. “유명해도 외로울 수 있어요. 완벽해 보여도, 비어 있을 수 있어요.” 바로 그런 이야기예요.남현수는 라디오 DJ이자 한때 아이돌 출신의 인기 연예인입니다. 방송에서 늘 웃고 떠들고 장난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실 그는 철저히 이미지에 갇혀 있는 사..
시간을 돌린 소원, 청춘의 반짝임, 가족의 의미가 엉켜있는 ‘수상한 그녀’
시간을 거슬러 찾은 두 번째 청춘 — ‘오두리’의 마법젊음보다 찬란한 것 — 꿈,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 — 오말순의 선택에서 배우는 것이미지출처나이를 속인 게 아니라, 시간을 사랑한 여자‘만약 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아마 이 질문을 받는다면, 많은 이들이 잠시 멈칫하고 과거의 어느 순간을 떠올릴 겁니다. 그건 후회일 수도 있고, 그리움일 수도 있으며, 또는 단지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감정일 수도 있겠죠. 영화 는 바로 그 질문을 기반으로 출발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청춘을 되돌리는 판타지’를 넘어서, 젊음의 의미, 가족의 진짜 모습, 그리고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 대해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냅니다.제가 를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