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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월은 아이의 자율성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언어적 표현력과 정서 조절 능력이 아직 미숙한 탓에, 감정이 직접적으로 행동으로 나타나며 ‘떼쓰기’라는 형태로 표출된다. 이 시기 떼쓰기는 단순히 고집이 아니라, 자아 확립의 자연스러운 신호이며 감정 발달의 일부이다. 본 글에서는 24개월 아이의 떼쓰기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부모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일관되면서도 따뜻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를 심리학적·발달학적 관점에서 제안한다. 실전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말투, 태도, 환경 조성 전략까지 담아, 떼쓰기와의 전쟁이 아닌 이해와 공존의 육아가 되도록 돕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아이의 떼쓰기는 감정의 언어이며 발달의 증거다
생후 24개월, 흔히 ‘미운 두 살’이라 불리는 시기는 부모에게 혼란과 인내를 요구하는 시기이다. 이전까지는 부모가 주도하는 양육이 가능했지만, 이제 아이는 자신만의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문제는 언어적 소통 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결국 욕구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채, 울음과 고함, 바닥에 드러눕기 등 행동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어른의 눈에는 ‘버릇없는 떼쓰기’로 보이기 쉽지만, 실제로는 자율성 발달의 신호이며, 심리학적으로 매우 건강한 표현이다. 에릭슨의 발달이론에 따르면, 이 시기는 ‘자율성 vs 수치심’의 발달 단계로, 아이는 “내가 해볼래”라는 욕구를 키우며 세상과 처음으로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아이는 좌절감을 느끼고, 그것을 처리할 방법을 몰라 극단적인 감정 표현을 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부모의 반응을 통해 ‘감정의 해석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즉, 부모의 반응은 아이의 정서 발달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부모가 일관되게 반응하고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한편, 명확한 경계를 제시하는 방식은 아이의 자기 조절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이 글에서는 단순히 ‘떼쓰기 대처법’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떼쓰기의 근본적 원인을 이해하고, 부모가 보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아이를 대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전략들을 제시한다.
떼쓰기의 뇌 발달 메커니즘과 일상 상황별 대응 전략
아이의 떼쓰기 행동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뇌 발달과 깊은 관련이 있다. 24개월경의 아기는 전두엽(자기 조절 및 판단 기능)이 미성숙한 반면, 감정과 관련된 편도체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아이는 감정을 빠르게 느끼지만, 이를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기능은 뒤따르지 못하는 구조에 놓인다. 다시 말해, 감정을 느끼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조절하거나 설명하는 데는 서툴기 때문에, 감정 폭발은 뇌 구조상 자연스러운 결과인 셈이다. ● 실전 상황 1: 마트에서 바닥에 눕는 아이 이 경우 부모는 먼저 아이를 즉시 제지하거나 끌어내기보다, 차분하게 옆에 앉아 "지금 속상하구나. 엄마가 여기 있으니 울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방식으로 감정을 먼저 인정해주자. 그런 다음, 상황이 진정된 후 “지금은 장난감을 사지 않지만, 다음에 엄마랑 같이 고를 수 있어”라는 식의 대안을 제시하면 아이는 반복 경험을 통해 조절을 배운다. ● 실전 상황 2: 밥 먹기 싫다고 숟가락 던지는 아이 강제 먹이기보다 “지금 밥 먹기 싫구나. 괜찮아. 그런데 밥을 던지면 위험해. 밥을 먹기 싫을 때는 말로 해줘”라고 감정 + 행동을 구분해서 설명하자. 이후 상황이 진정되면, 아이에게 직접 숟가락을 건네며 “이제 다시 해볼까?”라고 기회를 준다. ● 실전 상황 3: 외출을 거부하며 울기 아이에게 예고 없이 갑자기 외출을 시도하면 거부 반응이 클 수 있다. 이럴 땐 외출 10분 전부터 “곧 신발 신자”, “오늘 어디 갈 거야” 같은 예고를 주고, 선택권을 일부 제공하자. “빨간 양말 신을래, 파란 양말 신을래?”처럼 작은 선택권은 통제감을 느끼게 해준다. 무조건적인 통제나 방임은 오히려 떼쓰기 행동을 강화시킬 수 있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공간은 주되, 행동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또한 상황이 지나간 후에는 반드시 복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예컨대 “아까 마트에서 울었지? 그럴 때는 말로 해보자. 엄마가 더 잘 들어줄게”라는 식으로 감정을 언어화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떼쓰기와 함께하는 시간은 감정을 배우는 훈련의 연속이다
떼쓰기를 ‘끊어야 할 문제’로 바라보면 갈등만 깊어진다. 반대로, 이것이 ‘감정을 배우는 과정’임을 받아들이면 부모의 시선도 부드러워진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받아주는 부모를 통해 안정감을 얻고, 차츰 자신의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간다. 부모에게 중요한 것은 즉각적인 해결이 아니라 ‘반복되는 반응의 일관성’이다. 물론 하루하루가 녹록지 않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갈등 속에서도 일관된 반응과 따뜻한 눈빛, 아이의 감정을 언어화해주는 습관은 아이에게 ‘감정은 괜찮은 것’, ‘표현해도 되는 것’이라는 안전 신호로 작용한다. 실제로 떼쓰기를 자주 보이는 아이들이 꾸준히 공감받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자랄 경우, 이후 또래 관계에서 갈등 해결 능력이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감정을 배워도 되는 공간’을 제공하는 첫 번째 교사인 셈이다. 육아는 때로 ‘감정 노동’의 연속이다. 하지만 아이의 감정이 거친 파도처럼 느껴질 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위협이 아닌 소통의 기회가 된다. 떼쓰기를 감정의 언어로, 배움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일 때, 부모와 아이는 함께 성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