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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지휘로 이긴 리더, 맞설수록 빛난 적장, 역사를 다시 써낸 바다, 영화 '한산'

by serion1 2025. 5. 23.
  1. 리더는 겁이 나도 선봉에 선다 — 두려움을 이긴 이순신의 리더십
  2. 뛰어난 적이 있어야 위대한 승리가 된다 — 입체적으로 설계된 와키자카
  3. 바다는 무기가 아니라 세계다 — 풍경이 만든 감정의 진폭

두려움을 지휘로 이긴 리더, 맞설수록 빛난 적장, 역사를 다시 써낸 바다, 영화 '한산'
두려움을 지휘로 이긴 리더, 맞설수록 빛난 적장, 역사를 다시 써낸 바다, 영화 '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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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아니라, 책임을 짊어진 한 명의 인간으로 본 이순신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는 많았다. 대부분은 그의 ‘불굴의 의지’와 ‘신적인 전략’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한산: 용의 출현>은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아주 중요한 감정을 꺼내 보여준다. 바로 ‘두려움’이다. 이 영화 속 이순신은 완벽하지 않다. 그는 괴물 같은 적장을 앞에 두고 주먹을 꽉 쥐고, 조정의 눈치를 보면서도 싸워야 하고, 실패할 경우의 책임까지 짊어진다. 나는 그런 이순신이 더 위대하게 느껴졌다.

역사라는 것은 쉽게 영웅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영웅도 사람이었고, 그의 결정 하나하나는 무수한 감정의 갈등 속에서 나온 것이다. <한산>은 바로 그 갈등의 중심을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뚜렷하게 그려낸다. 그는 모든 걸 안다는 듯한 전지적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정보를 모으고, 주변 인물들과 부딪히고, 상황을 읽고 또 읽으며 선택하는 현실적인 지휘관이다.

나는 이 영화가 그런 이순신의 '과정'을 보여줘서 너무 좋았다. 특히 인물 간 신뢰가 쌓여가는 순간들, 군의 불안을 감싸 안는 태도, 그리고 자신조차 확신이 서지 않을 때조차 책임을 미루지 않는 모습. 이건 단순히 전쟁을 잘하는 장군이 아니라, 공동체의 무게를 감당하는 사람으로서의 품격이었다.

그리고 영화는 놀랍게도 그 ‘적’조차도 영리하게 그려냈다. 와키자카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자신만의 논리와 신념, 그리고 자신감을 가진 인물이다. 어쩌면 그는 이순신의 또 다른 그림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로 다른 문명, 다른 방식, 다른 언어를 가진 두 인물은 결국 바다라는 공간 안에서 부딪히고, 그 부딪힘은 전술이나 무력의 승패를 넘어서, 정신의 대결처럼 느껴진다.

지금부터는 내가 <한산>을 보며 가장 크게 마음이 움직였던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째는 ‘두려움을 마주한 리더의 자세’, 둘째는 ‘적장이 훌륭할수록 승리가 빛난다’는 원칙, 셋째는 ‘바다라는 배경이 주는 서사적 감정’에 대한 감상이다. 이 영화는 전쟁의 소음 속에서도 아주 조용하게 마음 깊숙한 부분을 두드린다. 그 진동이, 오래도록 남았다.


두려움을 지휘로 이긴 리더, 맞설수록 빛난 적장, 역사를 다시 써낸 바다, 영화 '한산'
두려움을 지휘로 이긴 리더, 맞설수록 빛난 적장, 역사를 다시 써낸 바다, 영화 '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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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더는 겁이 나도 선봉에 선다 — 두려움을 이긴 이순신의 리더십

<한산> 속 이순신은 강인한 지도자이자, 동시에 깊은 내면의 갈등을 품은 인간이다. 전투에 나가기 전, 그는 여러 차례 손에 땀을 쥔다. 누구보다 상황을 잘 아는 자로서, 실패했을 때의 대가는 누구보다 크게 짊어져야 할 사람. 그래서 그는 늘 계산하고, 경계하고, 또 고민한다. 나는 이게 진짜 리더의 모습이라고 느꼈다.

그가 용맹해서가 아니라, 겁이 나기 때문에 더 철저했다. 두려움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품고 싸웠다. 병사들을 지키기 위해,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조정과 민심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그 모든 혼란을 자기 안으로 들였다. 그래서 그의 결정 하나하나가 더욱 깊고 설득력 있다.

나는 요즘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리더 이미지가 얼마나 편평한지를 다시 느꼈다. 카리스마 있고, 말 잘하고, 겁 없고. 그런데 진짜 리더는 두려움을 감추지 않고, 그걸 껴안고 나아가는 사람이다. 이순신은 바로 그런 인물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영화 내내 존경심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무엇보다 그가 병사 한 명 한 명에게 보내는 시선, 함부로 소리치지 않는 인내심, 그리고 가장 위험한 자리를 직접 선택하는 담대함. 이것들이 그를 단순한 전략가가 아니라, 시대가 필요로 했던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두려움을 지휘로 이긴 리더, 맞설수록 빛난 적장, 역사를 다시 써낸 바다, 영화 '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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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뛰어난 적이 있어야 위대한 승리가 된다 — 입체적으로 설계된 와키자카

<한산>이 대단한 이유 중 하나는 ‘적’을 허투루 다루지 않았다는 데 있다. 와키자카는 흔한 전쟁 영화 속의 허세 가득한 악당이 아니다. 그는 뛰어난 전략가이고, 거침없이 진격하지만 동시에 냉철한 판단력을 갖춘 인물이다. 덕분에 전투는 단순한 통쾌함이 아니라, 철저한 머리싸움으로 긴장을 만들어낸다.

특히 그의 눈빛은 인상적이었다. 자만에서 나온 것이 아닌,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여유. 그는 조선을 얕보지 않는다. 오히려 철저히 분석하고, 상황에 맞춰 움직인다. 그래서인지 나는 전투 장면마다 그의 선택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의 행동은 충분히 논리적이고,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

이순신의 리더십이 더욱 빛나는 것도, 그가 이렇게 강력한 적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와키자카의 존재는 이순신의 결정들을 더 절실하게 만들고, 영화 전체의 밀도를 높인다. 이건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두 명의 전략가가 각각의 이상과 논리를 가진 채 충돌하는 구조다.

그 충돌은 물리적인 전투 이상으로 깊은 울림을 준다. 나는 영화가 와키자카를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서사의 한 축’으로서 균형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큰 만족을 느꼈다. 진짜 대결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명확한 적이 있어야 위대한 승리도 존재한다.


두려움을 지휘로 이긴 리더, 맞설수록 빛난 적장, 역사를 다시 써낸 바다, 영화 '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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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다는 무기가 아니라 세계다 — 풍경이 만든 감정의 진폭

<한산>에서 가장 시선을 빼앗았던 건, 바로 바다였다. 단순한 전투의 무대가 아니라, 감정을 흡수하고 긴장을 증폭시키는 또 하나의 인물처럼 느껴졌다. 파도, 안개, 조류, 섬의 위치까지. 이 모든 것이 전투의 일부가 되어 긴장을 만든다.

가령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는 순간, 그저 시각적인 변화가 아니라 감정의 변곡점이 된다. 그 장면에서 나는 영화가 얼마나 철저하게 ‘공간’을 활용하고 있는지를 절실히 느꼈다. 단지 배가 움직이는 장면이 아니라, 바다가 감정을 운반하는 ‘무대’로 기능하는 것이다.

또한 바다는 인물의 심리를 투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거친 파도 위에서 이순신의 침착함은 더 돋보이고, 반대로 와키자카의 흔들림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연이 단순한 배경이 아닌, 극의 감정을 주도하는 요소로 사용된 셈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공간이 주는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감독이 바다라는 거대한 공간을 어떻게 감정과 연결짓는지, 그 정교한 설계에 박수를 보낸다. 전투는 물리적 충돌이 아니라, 공간 속의 정신적 지배이기도 하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두려움을 지휘로 이긴 리더, 맞설수록 빛난 적장, 역사를 다시 써낸 바다, 영화 '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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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을 만든 것은 결국, 흔들리지 않은 마음

<한산>을 보고 나면 단순히 ‘이겼다’는 통쾌함이 남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그 승리를 만들어냈는가’에 대한 경외심이 남는다. 이 영화는 승리 자체보다 승리를 향한 ‘사람의 태도’에 집중한다. 그 태도란 두려움을 품되 무너지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끝까지 자신을 단련하는 자세였다.

나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이제 전설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그가 마지막까지도 조용히 진형을 유지하며, 함대를 이끌던 장면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그 모습엔 어떤 대사보다 더 강한 울림이 있었다. 그가 왜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존경받는지, 이 영화는 잘 말해준다.

동시에 나는 이 영화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느꼈다. 요즘처럼 갈등이 많고, 책임이 가벼워진 시대에, <한산>은 무겁게 묻는다. “당신은 결정의 순간에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그리고 이 질문은 단순히 역사적 인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산>은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니라, ‘리더십의 본질’에 대한 영화다.

무너질 듯한 순간에도 버티는 힘, 혼란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정신, 그리고 결단 후에 말없이 책임지는 사람. 나는 이 영화 덕분에 그런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전투의 기술이 아닌, 사람의 태도가 만든 전설. <한산>은 그걸 증명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