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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덮친 재난, 인간의 민낯, 희생의 의미 ‘부산행’

by serion1 2025. 5. 17.
  1. 질주하는 고속열차, 안전이 사라진 세상
  2.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 민낯
  3. 한 사람의 희생, 끝내 지켜낸 인간다움의 가능성

도시를 덮친 재난, 인간의 민낯, 희생의 의미 ‘부산행’
도시를 덮친 재난, 인간의 민낯, 희생의 의미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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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좀비이고, 누가 인간인가

처음 <부산행>이 개봉했을 때, 나는 단순한 ‘좀비 액션’ 영화 정도로 생각했다.
한국형 좀비물이란 생소한 장르가 주는 신선함은 있었지만,
솔직히 “좀비가 열차에 탄다”는 설정만으로는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막상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는 단순한 장르 영화 그 이상의 깊은 충격을 받았다.
<부산행>은 좀비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결국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였다.

이 작품의 무대는 고속열차라는 밀폐된 공간이다.
출발과 도착이라는 명확한 종착점이 설정되어 있고,
그 안에서 시간과 상황이 빠르게 진행된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고, 한 칸씩, 한 명씩 감염자가 늘어날수록
관객은 마치 그 열차에 타고 있는 승객처럼
공포와 불안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정말 대단한 건,
그 긴장 속에서도 단순히 좀비와의 대치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택, 이기심과 연대, 그리고 희생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영화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석우(공유 분).
자신의 일과 성공에만 매달리며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이기적인 아버지가,
좀비 사태를 겪으며 점점 변화해 간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무렵, 그는 더 이상 자신만을 위한 사람이 아니게 된다.
그의 변화는 단순한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생존이 아닌 인간다움을 선택한 자의 서사로 완성된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좀비라는 극단적인 공포 속에서,
진짜 무서운 건 이성을 잃은 ‘괴물’이 아니라,
가장 이성적이지만 가장 비정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거의 모든 장면에서 상기시킨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볼수록,
좀비가 아니라 인간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반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희생하고, 끝내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모습
현실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희망을 다시 보게 만든다.

<부산행>은 빠르고 자극적인 좀비 액션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와 윤리를 묻는 깊은 휴먼 드라마로 귀결된다.

이제부터 이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눠 이야기해보겠다.


도시를 덮친 재난, 인간의 민낯, 희생의 의미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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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질주하는 고속열차, 안전이 사라진 세상

<부산행>은 대한민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고속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설정은 단순히 공간적 제약을 주는 게 아니라,
사회 구조의 축소판이자 위기 상황에서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기차는 이동 중이다.
멈출 수 없고, 되돌아갈 수도 없다.
안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외부의 상황과 함께 점점 심각해진다.
한 명의 감염자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열차를 덮치고,
각 칸마다 인간 군상이 드러난다.
모성애, 우정, 탐욕, 공포, 이기심…
그 모든 감정이 폭발하는 무대 위에서 우리는
‘인간이 가장 극한의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직접 보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바로 ‘공간의 압박’과 ‘시간의 가속’이 주는 긴장감이었다.
이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상황을 전개하며
관객을 전면적인 생존 투쟁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리고 그 긴박함은 단순한 액션의 재미를 넘어서
이 사회에서 안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에 대한 경고처럼 느껴졌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기차 외부의 뉴스 속 장면이다.
정부는 사태를 축소하려 하고,
사람들은 ‘가짜 뉴스’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도시가 감염되어가고 있다.
이 모습은 마치 우리가 현실에서 보아왔던 **‘위기 대응의 민낯’**과도 닮아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우리가 지금 타고 있는 이 사회라는 열차는 과연 안전한가?”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그저 앞으로만 가는 고속열차 안에 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언제든 위기가 닥쳤을 때 모두를 지킬 수 있는 구조인지.

<부산행>은 그 질문을 시끄럽지 않게, 그러나 확실하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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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 민낯

좀비물의 매력은 사실 좀비 자체보다
그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야만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부산행>은 그 부분을 정말 탁월하게 그려낸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용석(김의성 분)**이다.
그는 재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생존만을 최우선으로 두며,
다른 사람들을 방해물로 여긴다.
심지어 아이와 임산부조차 열차 밖으로 내쫓으려 한다.

그 장면은 보는 내내 숨이 막혔다.
좀비보다 훨씬 잔인한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빠르게 퍼지고, 얼마나 쉽게 사람들을 분열시키는지를
용석은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더 무서운 건,
그가 특별히 악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그저 자기 목숨이 가장 소중했던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게 더 공포스럽다.
우리는 위기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용석처럼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장 약해 보였던 사람들이
가장 인간적인 선택을 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상화(마동석 분)는 아내를 위해,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그의 희생은 대단한 논리나 신념이 아니라,
그저 **‘지금 내가 이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이 장면에서,
인간이 가장 위대한 선택을 하는 건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순간순간 ‘내가 가진 최소한의 도리’를 지켜내기 때문이라는 걸 느꼈다.

좀비는 눈에 보이는 위협이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은
서서히 퍼지는 독처럼, 모두를 파괴할 수 있다.
<부산행>은 그 두려움을 아주 날카롭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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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 사람의 희생, 끝내 지켜낸 인간다움의 가능성

영화의 결말은 참 슬프고도 아름답다.
많은 이들이 죽고, 열차는 끝내 부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석우는 감염된 자신을 스스로 떨어뜨리며
딸 수안과 임산부 성경을 지킨다.

그 장면은 단순한 감동 코드가 아니다.
그건 석우라는 인물이
끝내 ‘사람다운 사람’으로 거듭났다는 증거다.

영화 초반의 석우는
딸의 관심보다 주식 그래프에 더 집중하고,
이익 앞에서 인간관계를 경시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위기 속에서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 만큼 타인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변했다.

나는 이 장면에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건 단지 한 아버지의 감정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끝내 지킬 수 있는 ‘가장 순수한 감정’에 대한 희망 때문이었다.

희생은 모든 것을 잃는 게 아니다.
희생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희귀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이다.

<부산행>은 그런 희생이
아직도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영화는 절망의 이야기 같지만,
결국엔 희망을 남긴다.


도시를 덮친 재난, 인간의 민낯, 희생의 의미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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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은 위기 속에서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
생각이 많아진다.
처음엔 좀비 영화였지만,
마지막엔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위기의 순간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를 되묻게 만든다.

<부산행>은 무너진 도시와 열차 안에서
가장 생생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그건 뉴스보다 사실적이고,
드라마보다 현실적이다.

나는 이 영화를 단순한 재난 블록버스터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건 윤리와 도덕, 연대와 이기심이 충돌하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담은 작품
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전염병, 전쟁, 기후위기, 사회갈등.
우리 모두는 수없이 많은 위기의 터널 속을 지나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과연 석우처럼 변할 수 있을까?
상화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혹은 용석처럼 눈앞의 이익만 좇게 되진 않을까?

그 물음 앞에서
<부산행>은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영화관을 나서는 길에 조용히 다짐했다.

절망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희망을 말해준 영화.
<부산행>은 좀비보다 더 깊고 인간적인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