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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권력은 왜 항상 그늘 속에 숨는가 — 거대한 사기의 민낯
    2. 선과 악의 경계에서 — 정의는 언제나 투명한가?
    3. 이중성과 싸우는 자들의 얼굴 — 수사극 그 이상의 인간 군상

    권력에 맞선 집요한 추적, 이중성과의 싸움,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 '마스터'
    권력에 맞선 집요한 추적, 이중성과의 싸움,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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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악은 얼굴이 없다, 우리가 마주한 '마스터'들

    영화 <마스터>는 단순한 범죄 수사극이 아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처음엔 빠른 전개와 긴박한 액션에 몰입했지만, 영화가 끝난 후 내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았던 건 아주 단순한 질문 하나였다. “진짜 나쁜 놈은 누구인가?” <마스터>는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그 질문을 끝까지 품고 가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더 오래, 더 무겁게 남았다.

    이병헌이 연기한 진회장은 매끄럽고 말도 잘하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카리스마까지 갖춘 인물이다. 겉으로 보기엔 유능한 사업가, 혹은 열정적인 리더 같지만, 그 속은 거대한 금융 사기를 설계한 냉혈한이다. 그런데도 그를 마냥 '악'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건, 그가 입고 있는 사회적 포장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겉모습'에 약한지를 다시 실감하게 된다.

    강동원이 맡은 김재명 형사는 전형적인 ‘정의의 사도’다. 하지만 그는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때론 편법도 쓰고, 거짓을 던져서 진실을 유도하는 인물이다. 정의를 위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나는 이 지점에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응원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했다. 어쩌면 우리가 정의라고 믿는 것도 완전히 맑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김우빈이 연기한 박장군은 이 두 거물 사이에서 중심을 잃고 흔들린다. 그는 처음엔 진회장의 충직한 부하였지만, 자신이 무엇에 휘말렸는지를 인식한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다. 나는 이 인물이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어느 순간, 옳고 그름의 경계에 선다. 그리고 그 선택 하나가 사람의 얼굴을 바꾼다.

    <마스터>는 영화 속 대사처럼 '지능적인 범죄엔 더 정교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히 수사를 잘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영화는 ‘왜 우리는 늘 사기당하는가?’, ‘왜 권력은 항상 진실을 덮는가?’ 같은 더 깊은 질문들을 계속 던진다.

    지금부터는 <마스터>를 통해 내가 곱씹게 된 세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한다. 첫 번째는 ‘권력의 은폐 본능’, 두 번째는 ‘정의와 수단의 균형’, 세 번째는 ‘인간이란 어떤 순간에 흔들리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빠르게 달려가지만, 그 뒤에 남는 여운은 참 무겁고도 날카롭다.


    권력에 맞선 집요한 추적, 이중성과의 싸움,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 '마스터'
    권력에 맞선 집요한 추적, 이중성과의 싸움,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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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력은 왜 항상 그늘 속에 숨는가 — 거대한 사기의 민낯

    <마스터>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범죄 자체보다 그 범죄가 어떻게 사회 속에서 용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순간들이었다. 진회장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말하며 투자를 유도한다. 그의 말은 일견 그럴듯하고, 대중은 의심보다는 기대를 선택한다. 그 기대는 곧 신뢰로 바뀌고, 그 신뢰는 결국 ‘사기의 연료’가 된다.

    나는 이 구조가 너무 현실적이라 섬뜩했다. 이병헌이 연기한 진회장이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는 이와 비슷한 사건을 뉴스에서 수없이 봐왔다. 그런데도 매번 반복된다. 왜일까? 나는 그 이유가 바로 ‘권력은 늘 그럴듯한 얼굴을 하고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은 스스로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드러내되, 아주 매끄럽고 그럴싸한 방식으로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 이미지에 속는다. <마스터>는 그 권력의 이면을 끄집어내면서도, 그것이 단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적 허점임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래서 더 무섭다. 진회장은 제거되었지만, 그가 만들어낸 구조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가 권력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자극했다고 본다. 그것은 불필요한 냉소가 아니라, 건강한 경계심이다. 이 영화를 본 후, 나는 뉴스에 나오는 성공담이나 재계 인사의 화려한 포장을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되었다. 사기란, 결국 우리의 믿음을 이용해 완성되는 것이니까.


    권력에 맞선 집요한 추적, 이중성과의 싸움,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 '마스터'
    권력에 맞선 집요한 추적, 이중성과의 싸움,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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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선과 악의 경계에서 — 정의는 언제나 투명한가?

    <마스터>는 이분법적 구조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특히 김재명 형사의 캐릭터는 ‘정의’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는 악을 잡기 위해 때론 거짓말도 하고, 법의 테두리를 살짝 벗어난 선택도 한다. 물론 그의 목적은 명확하다.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를 대신해 책임을 묻는 것. 하지만 그 과정이 언제나 떳떳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어렵다.

    나는 이런 캐릭터를 보면 늘 생각이 많아진다. ‘선한 목적을 위한 약간의 악행’은 과연 허용될 수 있는가? 수사물이 많아진 요즘, 정의의 얼굴은 더 이상 맑고 밝기만 하지는 않다. 오히려 진짜 정의는 세상의 회색지대를 뚫고 나오는 그 어중간한 결정 속에 숨어 있다. 김재명은 그 점에서 굉장히 현대적인 인물이다.

    그의 집요함과 냉정함은 때로 무서운 수준이다. 나는 그게 좋아 보이면서도 불편했다. 혹시 이 인물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고 있진 않은가? 그런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그 의심이, 이 영화를 더 깊이 있게 만든다.

    정의는 늘 투명하지 않다. 우리가 그토록 신뢰하는 ‘정의의 수호자’조차도 순간의 선택 앞에서 인간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마스터>는 그 딜레마를 감정적으로 휘두르지 않고, 아주 날카롭게 쪼개어 보여준다. 그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권력에 맞선 집요한 추적, 이중성과의 싸움,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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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중성과 싸우는 자들의 얼굴 — 수사극 그 이상의 인간 군상

    <마스터>에는 두 명의 중심 축 외에도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은 단지 기능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 각자가 이중성과 싸운다. 겉으로는 충성스럽지만 속으로는 흔들리고, 정의를 외치지만 순간의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은 실제 사회의 얼굴과 너무 닮았다. 나는 이 영화가 단순히 스릴과 쾌감을 위한 장르 영화가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영화라고 느꼈다.

    특히 김우빈이 연기한 박장군 캐릭터는 복잡한 인간 심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진회장을 믿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도구로 쓰였다는 걸 자각하고 방황한다. 이 인물의 감정선은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자기 부정’에 가깝다. 나는 이 과정이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믿고 따라가다 그 신뢰가 깨질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이 분노보다도 '자책'이라는 걸 알고 있다. 박장군의 변화는 그래서 더 진하게 와닿는다. 그가 결국 선택한 쪽이 옳았는가에 대한 답은 각자 다르겠지만, 그 갈등은 충분히 공감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들이 영화 전체에 걸쳐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이 <마스터>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진회장 하나만 사라졌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점. 사회의 부조리는 수많은 이중성과 타협 속에서 자란다는 걸, 이 영화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권력에 맞선 집요한 추적, 이중성과의 싸움,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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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는 말보다 선택에서 드러난다

    영화 <마스터>는 말보다 ‘선택’의 무게로 우리를 움직이는 영화다. 누구나 ‘정의’를 말할 수 있지만, 그 정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감수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다. 진회장은 사람들을 매혹시킨 언변으로 정의를 왜곡했고, 김재명은 묵직한 침묵 속에서 진실을 추적했다. 그리고 박장군은 자신의 실패 위에서 다시 선택을 시작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정의는 승리한다’는 명제를 전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의는 싸워서 쟁취해야 하며, 그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런 진실성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마스터라는 제목은 아이러니하다. 누가 진짜 ‘마스터’인가? 사람을 조종한 진회장인가,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친 김재명인가, 아니면 그 사이에서 방향을 찾은 박장군인가? 나는 그 질문의 답이 관객 각자에게 다르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가진 여운이 오래간다고 느꼈다.

    <마스터>는 끝내 정의를 외치지 않는다. 그 대신 사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람의 선택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건 꽤 진지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정의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느냐로 드러난다. 이 영화는 그 선택의 순간들을 아주 치열하게 담아냈고, 나는 그 진정성 때문에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마스터>가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라, 긴 여운을 남기는 ‘사회 드라마’로 기억될 수 있는 이유다.